랜도너스 플래쉬 2013 후기 (팀 서해안)

3월 30일과 31일, 1박 2일 동안 란도너스 플래쉬(Fleche) 다녀왔습니다.

플래쉬Flèche는 프랑스어로 화살이라는 뜻입니다. 3명에서 5명으로 이뤄진 팀들이 2013년 3월 30일 오전 9시에 여러 도시에서 출발하여 24시간 후(3월 31일)에 광주로 모여서 잘 차려진 점심을 즐기는 대회입니다. 각 팀은 최소 360km를 달려야 하되 팀별로 그 이상을 달리기로 할 수도 있습니다. 팀의 성공적인 완주를 위해선 적어도 세 명이 제한 시간 24시간 안에 광주에 도착해야 합니다.

전국의 라이더들이 팀을 이뤄 한날 한시에 출발하여 다음날 같은 시간에 만나 즐겁게 한끼 식사를 함께 한다는 생각이 좋았고, 란도너스 유일의 팀라이딩이라는 것도 색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일정이 겹쳐서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올 해는 1월부터 코스만들고 참가를 준비했습니다. 멀리 광주까지 가는데, 기왕이면 서울부근 라이딩에서 하기 힘든 바다구경 실컷하자는 마음으로 서해안을 따라 내려가기로 결정했지요.  코스 승인을 위해 몇번의 수정과 컨트롤 변경을 거치고 “팀 서해안”은 다음과 같은 코스로 달리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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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서울 출발을 계획하는 팀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에는 서울팀은 없습니다. 서울출발이라는 상징성보다는 모두들 출발의 편의성이나 클라이밍을 통한 광주 입성, 누적고도 얼마이상 달성 후 광주 입성, 서해안일주, 남해안일주 등 실제 라이딩의 목적에 맞게 출발지를 고르신 것 같습니다.

48명의 라이더들이  총 10개 팀을 결성해서 플래쉬에 참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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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곰곰, 사유유님, 뽕구라님, 시라소니님, 라이천령님 5명이고,

서산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29일(금)  밤에 각자 버스로 이동 후, 서산에서 합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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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토) 아침 느즈막히 8시쯤 일어나서 다같이 밥먹고

서산출발지 편의점에서 브레베카드에 출발도장 받으며 9시 30분에 출발합니다.

(초반 30분이 얼마나 길고 소중한지는 제한시간 임박해서야 알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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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을 떠나 달리다가 96번 도로를 타면서 본격적인 서해안 일주가 시작됩니다.

이때까지는 팀원 모두가 쌩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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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카메라만 대면 포즈가 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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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컨트롤인 대천해수욕장 까지는 80km 남짓.

서산방조제도 시원시원하게 넘으며 잘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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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40km쯤 보령부근부터 라이천령님이 뒤쳐지기 시작합니다.

허리통증, 양 허벅지 쥐… 출발전에 단체로 스트레칭 한번 할껄하는 후회가 듭니다.

대천에서 합류하는 걸로 하고 우선 선두 3명만 속도를 내서 대천 컨트롤에 도착합니다.

(엣지 지도보는 법이 익숙치 않은 사유유님은 cp를 지나쳐 한참 갔다가 다시 돌아왔지요)

잠시후 도착한 2명과 함께 가볍게 죽과 빵, 우유등으로 보충하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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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라이천령님의 컨디션이 점점 않좋아지네요.

결국 장항부근까지만 함께하고 서울로 복귀하시기로 결정하십니다.

아쉬운 마음 한 가득이지만, 팀 라이딩이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250km 이상 거리가 남은 관계로 보내드리고 남은 4명은 군산을 향해 달립니다.

장항-군산-새만금방조제-곰포 구간은 작년 천안400k때 달려본 길이라서 일년만에 다시 오니 반갑더라구요. 작년에는 못가본 이성당 빵집도 들렸지만, 빵집 밖에 서있는 대기줄을 보고선, 사진만 한장 찍고 가던 길 계속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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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벗어나 새만금방조제 입구,cp2에 다와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하아… 밤샘라이딩이 기다리는데 비까지 맞고 가게 생겼다는 걱정에

cp2에서  모두들 비옷을 하나씩 사고 나오니 비가 안오네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부적을 산 것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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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이 보이지 않는 35km 직선구간, 새만금 방조제입니다.

작년 천안400k때는 해가 다 진 후 건넜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몰시간까지 고려해서 새만금에 진입하게끔 코스를 짰는데… 오늘은 한바탕 비올 것 같이 구름많음입니다. 저와 새만금의 일몰은 인연이 아닌가봅니다. 그래도 다행인게 순풍입니다.

팩라이딩으로 2km마다 로테이션하며 원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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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42가 넘어가니 사유유님이 GG를 외치고 뒷점으로 사라지시고 남은 3명은

머리 속에 스트라바 갱신을 꿈꾸며 속도를 높입니다. 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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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원없이 밟아봤습니다.  35km 직선 평지를 언제 또 이렇게 달려보겠습니까?

그렇게 새만금을 넘어 변산반도에 도착, 사유유님과 합류하여 전조등, 후미등, 반사용품 체크하고 곰소를 향해 달리니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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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컨트롤과 법성포 컨트롤 사이의 거리가 120km 가량 떨어져 있고

변산반도 곰소 이후로는 편의점도 없는 관계로 곰소에서 저녁먹고 좀 쉬기로 합니다.

곰소는 염전이 있어서 젓갈이 유명하지요. 그래서 우리의 저녁은 젓갈정식과 꽃게장백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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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자친구가 젓갈을 잘 먹기 때문에 몇가지 젓갈을 사서 택배로 부쳤습니다.

봄날 데이트도 않하고 브레베니, 플래쉬니..

란도너나가는 남자친구를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저의 마음이 이 작은 걸로 표현될런지요..

1시간 반가량 식당 온돌바닥에 앉아 푹 쉰 후,

주섬주섬 여벌의 옷을 챙겨입고 야간라이딩을 준비합니다.

곰소-줄포를 지나면 법성포까지는 광주200k의 코스를 따라갑니다.

보름 전 달렸던 길을 한밤 중에 달리니 기분이 새롭더군요.

그러나 경치좋은 명사십리 해변도 그져 새까만 공간으로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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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컨트롤, 법성포에 도착하니 시간은 밤 12시가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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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으로 다른 팀의 진행소식을 확인하고 편의점 알바에게 부탁해서

우리팀도 사진한장 찍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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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250km 를 달려오느라 얼굴에 “피” “곤” 두 글자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ㅎㅎ

좋은 소식은…

이제부터는 컨트롤간의 거리가 짧아지도록 설계했다는 거지요.

다음 컨트롤은 45km남짓, 그 다음  마지막 컨트롤까지는 25km입니다.

야간..그 것도 밤샘 라이딩의 20km는 한낮 100km 라이딩 이상만큼 힘드니까 자주 쉬어줘야죠.

법성포에서 영광을 거쳐 함포로 가는 길은 길 위에 우리 넷만 존재하는 고독한 싸움입니다.

어쩌다가 한 대 지나가는 자동차가 반갑고,

멀리서 짖어대는 개들조차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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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새까만 세상에 우리 네 명의 라이드 불빛만 있습니다.

흘러나오던 노래소리에 한동안 따라부르던 것도 지쳐서 다들 말없이 달리기만 합니다.

이제는 컨트롤to컨트롤 무정차도 힘들어서 15km에 한번씩 쉽니다.

사유유님은 피곤에 쩔어서 표정이 울쌍입니다.

바람만 스쳐도 울 것 같은 그런 표정을 보니 같이 가자고 설득했던 캡틴으로서

미안한 마음만 가득한데 해줄 수 있는 것은 조금만 더 참으라는 말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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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함평 컨트롤에 다와갈 무렵. 뽕구라님의 익손 라이트가 파손되었습니다.

마운트에 문제가 있었는지.. 달리던 중 분리되서 도로에 떨어졌는데

때마침 마주오던 자동차가 밟고 지나갔다네요.

뭐 이런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피곤에 쩔은 한 밤 중에 일어나니

다들 헛웃음만 연발하고 맙니다. 급한 대로 제 헬멧에 달아두었던 백업라이트를

뽕구라님 헬멧에 절연테이프로 칭칭감아 달고 출발합니다.

함평 부근에 들어서자 도로가 축축합니다.

저희가 도착하기 얼마 전까지 비가 오다가 그쳤나봐요. 적어도 날씨는 우리 편입니다.

함평의 작은 편의점, 촌스러우나 한껏 멋을 낸 주인아줌마의 싸인을 받는 것으로 함평을 뒤로 하고

마지막 컨트롤이자 광주에서 25km 떨어진 나주를 향해 달립니다.

함평까지는 힘들어하며 한참을 뒤처졌던 사유유님이 이때부터는 다시 힘을 냅니다.

5분만  편의점 테이블에 엎드려 자도 피곤이 꽤 사라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을 겁니다.

새벽 5시 반, 드디어 나주에 도착했습니다.

다들 피곤과 졸음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고

어짜피 7시까지는 마지막 컨트롤을 출발하지 못한다는 플래쉬 규정때문인지, 덕택인지..

잠시 눈붙일 모텔을 찾기로 합니다…….만,

30여분동안 나주 근처 여관을 다 뒤졌건만.. 빈방이 없거나 7만원을 부릅니다.

이제 쉴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인데 그 돈 주긴 아깝지요.

다행히 대학교 건물이 보이길래 무작정 들어가서 당직서는 직원분께 사정구하고

로비 벤치에 눕자마자 정신없이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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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한시간 가량 자고 7시 반 일어나서 다시 출발합니다.

밤샘라이딩 후 맞이하는 아침 햇볕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주는지는 랜도너들이 잘 알지요.

힘이 납니다…. 그러나 이제는 광주까지 쭉 역풍입니다.

새삼 달려온 350km동안 역풍이 없었던 것이 큰 선물이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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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부터 광주까지는 자전거도로를 달리도록 설계했습니다.

피곤에 지친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자전거도로가 안전하리라 생각했지요.

아..아..안전은 했습니다만.

영산강 자전거도로의 상태는 몸 속에 없던 결석도 다 분쇄할 것같은 그 것이었습니다.

아스콘 포장인데도 불구하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기분..게다가 역풍.

제한시간인 아침9시까지 도착하려면 없던 힘도 쥐어짜서 속도를 높여야하는데

다리에 힘이 안들어갑니다.

플래쉬는 팀원 중 3명이 제한시간내에 들어와야 팀 완주로 인정됩니다.

어쩔수없이 여기에서부턴 힘들어하는 사유유님을 뺀 세명이 앞서 달립니다.

출발전 30분 소비한 것이 많이 생각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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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팀 서해안은 23시간 35분만에 도착지, 운암mtb에 도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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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후 사유유님도 도착하셔서 기념사진 다시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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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10개 팀 중, 출발 전 포기한 인천팀과

완주하였으나, 2명만이 제한시간내에 들어온 부산팀을 제외한 모든 팀이 성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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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을 마치고 만나는 각지의 랜도너들.. 반가울 수 밖에요.

각자의 라이딩 에피소드를 쏟아내느라 도착지는 시끌벅적합니다.

잠시후 모두 근처 고기집으로 이동하여 빅 브런치, 오리불고기를 함께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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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하루동안 함께 달린

뽕구라님, 사유유님, 시라소니님, 라이천령님.

모두 고생많으셨고, 부족한 캡틴 따라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우리가 언제 또 나 자신과 싸워가며 함께 달려보겠습니까?

다른 랜도너링 이벤트에서  다시 뵐 수 있기를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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